서른 도대체 그건 무엇일까요.
왜 사람들은 서른 살이 되면 인생의 위기가 찾아온 듯 말을 하는 것일까요
"야 너 내일 모래면 서른이야"
"너 돈 얼마나 모았어? 이제 서른이잖아"
"너 이제 서른인데 그것밖에 못해?"
"결혼은 언제 하려고? 이제 서른인데 어떡하려고 그래?"
서른이 되면 슬슬 죽을 준비를 해야 하는 건 가봐요. 불편한 생각이 차오르게 만듭니다.
올해 서른이 된 나는 처음 기분이 참 묘했습니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었을 때, 그 생소함과 더 이상 청년이라고 하기는 너무 어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늙지도 않는 이 나이가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누가 만들었을까요?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밤에 문뜩 서른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서른인데 곧 서른하나가 되어 갑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 오고 있죠.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시간이 빠르게 느껴지는 30대라서 이런 위기 섞인 말들이 나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른에서 하나 더하기 서른하나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저는 크게 무언가를 가지거나 내 새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네요. 저축을 많이 했거나, 자격증을 많이 따 놓았거나 사람들을 많이 사귀어 놓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제 인생에 전부를 통틀어 여유롭고 차분한 이 기분은 뭘까요. 과거보다 젊지도 돈이 더 많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죠.
그 증거는 지금 자정이 넘은 시간에 타자기에 손끝을 올려 놓고 글을 쓰는 저의 모습이 그 증거일 것 같습니다.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은 이 평온한 시간과 쌓아 놓은 책들입니다.
사람은 언제나 외로울 수 있고 기쁠 수도 있죠. 하지만 기쁨 보다 슬픔 혹은 외로움이 더 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서른이 되어서요. 더 많은 사실들을 알아서 슬프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이 감정이 서른이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누군가 나를 힘들게 해도 "또 지랄이구나. 신경 끄자." 할 수 있는 내 마음가짐. 이것도 서른이 되어서 가능했던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요. 서른이면 뭐 어떱니까. 먼 훗날 죽음의 문턱에서 나의 인생을 뒤돌아봤을 때, 최소한의 후회로 그 문턱을 넘도록 노력하면 살겠습니다. 행여나 이 글을 읽는 누군가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밤도 참 포근하네요. 스탠드 불빛도 따뜻하고요. 그럼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