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장래희망을 적어 놓을 때에는 항상 소방관, 축구선수, 경찰, 운동선수였어요.
내가 그 모습이 되었을 때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걱정, 이해, 조건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은 진로를 고민할 때면 이건 이래는서 안돼 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 같아요. 근데 사실 이유는 하나잖아요. 잘못된 나의 선택으로 가장 낮고 더러운 바닥의 현실에서 기는 나의 모습때문에 창가에 다가왔던 꿈들이 울먹이다 이내 새벽이슬로 돌아가요.
일을 마치고 돌아온 거울 속에 내가 있어요. 근데 그다지기뻐 보이지는 않습니다. 왜일까요 .
그토록 원하는 부를 조금씩 축적하는 과정인데 말이죠.
운전 중 문뜩 산을 쳐다보아요. 컴컴한 하늘에서 간질거리듯 비가 내려요.
책장에 놓인 불교서적 두권과 관상책 한권을 바라보아요. 하루에 한 장씩 읽자고 다짐하고 읽습니다.
어느덧 타협하려는 제 모습이 보입니다. 내일.내일.
갑자기 시 공모전에 글을 쓰던 때가 생각이 나요.
왜 그렇게 시인이 되고 싶었을까요. 무엇이 시를 붙들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했을까요.
삶의 고통이었을까요 아니면 그건 단지 창작의 고통이었을까요. 어느 쪽이 되었든 저는 지금 시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룩진 책장에는 곰팡이만 가득하고 아련한 창문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벌레
퇴근길에 무심히 밟고 지나가던
아스팔트에 나의 얼굴을 비추어 본다.
그곳엔 깊은 한숨들이 고이고
거친 파도들이 일렁이며
조그마한 벌레들도 산다.
처진 어깨에 놓은 짐들
남모르게 흘린 한 방울의 눈물
술에 취해 두고 간 청춘들을 이리저리 모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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